“윤석열 검찰에 대해서도 수사를 열심히 했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다고 지지하는 것까지는 이해하겠어요. 근데 알고 보니 윤석열 검찰이 윤석열 총장의 부인과 장모 관련된 수사를 안 했잖아요. 그럼 비판을 하는 것이 맞다고 봐요. 그게 지식인의 올바른 자세고.”

26일 국회에서 열린 김오수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서민 건국대 교수를 향해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이 이른바 ‘조국 흑서’ 저자이자 활발하게 활동하는 ‘정치 칼럼니스트’ 자격으로 청문회에 부른 서 교수에게 김 의원은 이어 이렇게 물었다. 

▲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26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서민 단국대 교수가 참고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가령 예를 들면, 한 가지 여쭤 볼게요. 윤 총장 부인이 코바나 콘텐츠라는 회사를 하는데 윤 총장이 서울지검장 할 때 갑자기 협찬이 많이 들어온 거 혹시 아세요? 원래 4개 있던데 스무 개로 늘었거든요. 

그 협찬을 한 회사 중에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이) 걸려있는 회사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수사해야 합니까, 안 해야 합니까? 근데 윤 총장은 검찰총장 할 때 자기 사건이잖아요. 자기 가족인데. 검찰총장은 가장 살아있는 권력 아닙니까. 근데 검찰이 2년 동안 거의 수사를 안 했어요.”

그러자 서 교수는 해당 사건에 대해선 “모른다”면서도 코바나 협찬 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윤 전 총장을 “존경한다”던 서 교수의 입에서 나온 꽤나 의미(?)있는 증언이었다.  

윤 전 총장이 고위 보직을 맡았던 시기, 검찰 내 제 식구 감싸기와 측근 감싸기, 더군다나 실제 가족을 감싸던 사건 하나하나를 검증한다면 어떻게 될까. 채널A 검언유착 사건을 비롯해 이미 알려진 것만 해도 수두룩하지 않은가. 

국민 눈높이가 이쯤 되지 않을까.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했다는 정당성을 앞세우며 유력 보수 대권주자의 지위에 오른 윤 전 총장. 그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바로 대선후보로서의 자격을 묻는 혹독한 검증대일 것이다. 상대 당은 물론 같은 당 예비 후보 진영에서 오가는 혹독한 검증 말이다.  

헌데, 윤 전 총장 본인은 이를 면제받을 수 있으리라 여기는 걸까. 윤 전 총장 측은 전날(25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증’ 발언에 발끈하고 나섰다. 일정정도 정치적 수사에 가까운 송 대표의 발언에 윤 전 총장은 왜 콕 짚어 반응한 걸까.  

‘측근정치’로 발끈한 윤석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적당히 되는 게 아닙니다. 하나씩 제가 자료를 체크하고 있어요(...). 윤석열의 수많은, 윤우진 등 사건에 대한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습니다.”

송 대표가 이날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 주최 집회에 참석, 당 차원에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착실히 준비 중이라고 강조하면서 한 발언 중 일부다(☞ 관련기사 : 촛불시민 앞에 선 송영길 “언론·검찰개혁, 계획대로 추진 중”). 

이어 송 대표는 “그동안 박주민 의원과 ‘처럼회’, 황운하 의원 등 (검찰개혁을 추진해오고 있는 분들로부터) 다음 주 일정을 잡아 경과보고를 듣기로 했다. (개혁 과제들을) 하나씩 순서대로 추진해나가겠다”고 며 윤 전 총장을 거론한 것이다. 

‘파일’이란 표현 자체를 과대 해석할 순 있다. 그럼에도 실제 발언 내용이나 수위는 일반적인 ‘대선 후보 검증’에 가까워 보였다. 구태여 윤 전 총장이 ‘측근 정치’를 통해 반박을 내놓을 필요까지 있었을까 싶은 수준이다. 아니나 다를까, 발끈한 방향 또한 그 ‘파일’이란 수사에 꽂혀 있었다.  

“우리 국민 수준을 낮게 보는 것 같다. 국민들은 더는 이런 근거 없는 공작정치에 속지 않을 것(이다).”

이날 오후 <머니투데이>의 <송영길 ‘윤석열 파일’ 준비에..尹 측 “추악한 정치공작”> 단독기사 속 윤 전 총장이 측근 A씨를 통해 전한 반응이다. 송 대표가 지지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한 발언을 ‘공작정치’라 단정한 모양새 자체가 흥미롭다. 

▲ <이미지 출처=머니투데이 홈페이지 캡처>

이어 A씨는 <머니투데이>에 “희대의 사기꾼 김대업 정치공작과 드루킹 여론조작까지, 케케묵은 공작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략과 권모술수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파일’이란 표현 하나에 발끈해 ‘김대업부터 드루킹’까지 소환한 셈이다. 이어 A씨의 발언을 통해 전해지는 윤 전 총장의 심경은 무척이나 적나라하고 진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전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우리 총장님’이라고 치켜세우며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를 지켜 달라’고 당부했고, 2019년 윤 총장 인사청문회 때 여당 지도부는 ‘검찰 수장으로 적임자다’, ‘될 만한 사람이 됐다’, ‘한 방은 없었다’며 임명했다. 

그런데 조국 사태 이후 청와대와 법무부 그리고 검찰까지 총동원되어 윤 전 총장 주변을 조사했고, 5년 전 무혐의 사건까지 억지 기소해놓고 재탕에 삼탕까지 억지를 부리고 있다. 열세의 판세를 네거티브로 뒤집어 보려고 안간힘 쓰지만, 그럴수록 결과는 안 좋아질 뿐(이다).”

볼썽사나운 언론플레이 속 단순한 속내 

꽤나 단순하면서도 명징하지 않은가. ‘임명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왜?’라는 속내 말이다. 그것도 대표적인 ‘친검’ 언론으로 유명한 <머니투데이>를 통해 ‘언론플레이’에 나선 ‘측근정치’의 형식도 볼수록 볼썽사납고. 

더군다나 “조국 사태 이후 청와대와 법무부 그리고 검찰까지 총동원되어 윤 전 총장 주변을 조사했고”란 대목에선 마치 청와대가 ‘불법 사찰’이라도 한 것 마냥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어불성설이다. 백 번 양보해, ‘조국 사태’ 직전 청와대의 인사 검증 대상이 누구였나. 바로 윤 전 총장 본인 아니었나. 뒤집어서, 실제 청와대와 법무부, 그리고 검찰이 윤 전 총장 주변을 위법하게 조사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됐겠는가. ‘조국 일가족 수사’ 당시 수천, 수만 건의 기사를 퍼부었던 언론들의 화살이 그쪽으로 향하지 않았겠는가. 

윤 전 총장이 이럴 때가 아니다. 이렇게 어설픈 ‘언론 플레이’에 매달리며 자기 패(?)를 꺼낼 때가 아니란 얘기다. 검증은 시작됐다. 검사는 수사로 말하는 법이랬다. ‘윤석열 검찰’이 전방위적으로 들 쑨 수사 사건들의 성적표가 바로 ‘칼잡이 윤석열’의 검증 대상이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떠나며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윤 전 총장은 김종민 의원이 인사 청문회장에서 비분강개한 바로 그 일성을 똑똑히 경청했기 바란다. 윤 전 총장이 그간 벌여온 ‘제 식구 감싸기’의 흑역사가 부메랑처럼 되돌아 갈 테니. 당장 ‘하명 수사 의혹’으로 기소를 당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칼을 갈고 있다. 26일 황 의원은 페이스북에 그간 ‘윤석열 검찰’의 수사 및 기소, 재판 상황을 낱낱이 까발려 주목을 끌었다. 맞다. 이제는 ‘대선후보 윤석열’에 대한 ‘검증의 시간’이다. 

“(...) 검찰은 작년 1월 말 경 조사한번 없이 급하게 기소한 후, 정작 수사가 안 끝났다며 증거목록을 제출하지 않아 재판이 공전되게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계속수사 중’이라고 언론플레이만 지속적으로 펼쳐왔습니다. 1년 넘게 무슨 수사를 진행 했다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1년 4개월이 지났습니다. 

지난 5월 24일 공판 시에 검찰의 입증계획을 들어보니 1심에만 족히 3년 이상이 소요될 듯  합니다. 그 사이에 검사는 물론 재판부도 어떻게 바뀌게 될지 또 얼마나 재판이 지연될지 헤아리기조차 어렵습니다. 검찰은 1차공판시에 현란한 프리젠테이션을 선보였지만 그 내용은 헛웃음을 나오게 하는 유치한 수준이었습니다.

검찰의 속셈은 질질 시간을 끌며 그럴듯한 사건으로 꾸미는 언론플레이나 좀 하고 그러다가 다가오는 대선과 지방선거에 적절히 활용도 좀 하고, 그렇게 흘러가다가 책임질 사람들은 다 퇴직하고 없는 먼 훗날, 대중들의 관심이 사라지고 난 이후 재판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나는 상관할 바 아니다’ 정도가 아닐까 짐작됩니다. 

이미 ‘내가 책임지겠다’고 큰 소리 친 윤석열은 퇴임하고 자연인 신분이 되었습니다. 얼마가 더 지나면 그 당시의 지휘라인에 있던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도 퇴임하고 없겠죠. 이런 재판을 받느라 시간과 정력을 허비해야 한다는 게 기막힌 일이지만, 낡은 검찰체제가 허물어지는 과정에서 나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억지 위안을 삼습니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