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사직 후에는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사실상 유폐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누구를 만났다는 것이 알려지면 그 자체로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답답할 때는 거리에 어둠이 내려앉을 때를 기다려 밤공기를 쐬기도 합니다. 

저를 알아보시고 응원해 주시는 시민을 만나 힘을 얻기도 하지만 느닷없이 다가와 욕설을 하는 사람들과 마주치기도 합니다. 이것이 제가 처한 일상입니다. 이유 불문하고 국론 분열을 초래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사과 또 사과하고 있었다. 27일 페이스북에 게시한 회고록 <조국의 시간>(오는 6월 1일 발간) ‘출간의 변’에서도 위와 같이 국민들에 대한 사과가 먼저였다. 회고록 출간 소식이 전해지자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들썩였고, 언론들도 일제히 기사를 쏟아냈다. 특히 온라인 서점을 통해 예약했다는 ‘인증’이 이어졌고, 이에 힘입어 조 전 장관의 사인본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인터넷 서점 교보와 예스24에서는 출간된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날 조 전 장관은 “촛불시민들께 이 책을 바칩니다”라며 “오랜 성찰과 자숙의 시간을 보내며 조심스럽게 책을 준비했다. 밝히고 싶었던 사실,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는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출간의 변’ 또한 그간의 어려움과 절절함, 책임감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 <이미지 출처=교보문고 홈페이지 캡처>

“검찰, 언론, 보수야당 카르텔이 유포해놓은 허위사실이 압도적으로 전파되어 있습니다. 아직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더 늦기 전에 최소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시선에서, 제가 겪고 있는 아픔의 역사를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집필은 힘들었습니다. 그때의 상황과 감정이 되살아났기 때문입니다.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내려가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꾹 참고 썼습니다. 사실을 밝히고 싶었습니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저는 다시 정치적으로 재소환되었습니다. '기승전-조국' 프레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당 일각에서도 선거 패배가 ‘조국 탓’이라고 합니다. 전직 고위공직자로서 정무적, 도의적 책임을 무제한으로 지겠습니다. 저를 밟고 전진하시길 바랍니다. 이 책을 수백만 명의 촛불시민들께 바칩니다. 공수처 신설, 검경수사권조정 등의 역사적 과제가 성취된 것은 여러분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직을 맡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는 권력기관 개혁, 그중에서도 검찰개혁이었습니다. 사명을 수행하다가 날벼락처럼 비운을 만났지만 여러분의 응원이 있었기에 저는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험한 길이 남아 있지만 묵묵히 걷고 또 걷겠습니다.”

조국의 절절한 출간의 변, 추미애의 진심어린 추천사 

“수사가 아니라 사냥이 시작되었다. 수십 개의 칼날이 쑤시고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가족의 살과 뼈가 베이고 끊기고 피가 튀는 모습을 두 눈 뜨고 보아야 하는 절통(切痛)이었다.” (<조국의 시간> 본문 159p 중)
“윤석열에게는 촛불혁명보다 검찰 조직의 보호가 더 중요했다. 민주보다 검치(檢治)가 우위였다. 그는 영웅에서 반(反)영웅으로, 공무원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조국의 시간> 본문 345p 중)

<조국의 시간>은 제1장 시련의 가시밭길, 제2장 나를 둘러싼 의혹들, 제3장 통제받지 않은 괴물, 제4장 검찰과 언론의 표적사냥, 제5장 빼앗긴 국회의 시간과 불쏘시개 장관, 제6장 서초동의 장엄한 촛불십자가, 제7장 얄궂은 운명, 제8장 검찰쿠데타의 소용돌이 등으로 구성됐다. 

출판사인 한길사 측은 “조국이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정리하고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기록했다. 진보적 지식인으로서 꿈꿔왔던 검찰개혁을 공직자로서 실현하는 과정에서 겪은 고난의 시간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며 “이제 검찰과 언론의 시간을 거쳐 조국의 시간이 왔다. 그리고 앞으로 국민에게는 선택의 시간이 주어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출간소식에 다수의 촛불시민과 개혁인사들이 응원의 메시지 및 구매 의사를 밝히고 추천의 글을 공개했다. 그 중 조 전 장관의 후임이자 역시 윤석열 전 총장 및 검찰의 저항에 맞섰던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조국의 시련은 개인사가 아닙니다”라며 “조국의 시련은  촛불로 세운 나라의 촛불개혁의 시작인 검찰개혁이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 됨을 일깨우는 촛불시민 개혁사”라고 다음과 같은 추천사를 전했다.  

“촛불시민의 명령인 검찰개혁의 깃발을 들고 앞장서 나갔던 그에게 검찰의 강력한 저항 한가운데로 돌진했던 그에게 온가족과 함께 시련과 모욕의 시간을 견디어 내고 있는 그에게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과 여론재판의 불화살 받이가 된 그에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중단없는 개혁으로 성큼 성큼 나아가는 것입니다. <조국의 시간>은 우리의 이정표가 되어야 합니다.”

▲ <조국의 시간 -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 (조국 (지은이)/ 한길사/ 2021-05-31)

그리고, 일제히 ‘기승전 조국’ 프레임 완성하는 언론들 

<조국, 회고록 ‘조국의 시간’ 출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8일 아시아경제)
<진중권, 조국 회고록 출간에 “가지가지 한다”> (28일 중앙일보)
<조국 자서전 출간 소식에 野 “몰염치와 국민기만, 이 정권의 축소판”> (28일 TV조선)

27일 단순히 출간 소식을 전한 대다수 언론들은 이후 보수야권의 목소리에 기대 갖가지 네거티브한 기사를 쏟아내는 중이다. 주로 찬반으로 나뉜 여론을 등에 업고 갈등을 부추기는 양상이었다. 

언론이 주목한 것은 국민의힘의 입이었다. 이날 국민의힘 황규환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또 다시 국민기만극을 펼치려 하고 있다”며 “끝까지 반성은 없고 죄송하다 말하지 않으며 되레 당당히 출판까지 하는 몰염치와 국민기만은 이 정권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 “그러다 밤에 오줌 싼다”는 짧은 글을 남겨 빈축을 샀다. 

‘조국 백서’의 저자인 김민웅 경희대 교수도 페이스북에 의견을 남겼다. 같은 날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의 <이낙연의 약속> 출간 기사에 “조국 비난”이 난무하는 것을 기사화된 것을 김 교수는 “책의 원문은 제도의 불합리를 지적하고 이를 고쳐나가자는 건데 마치 이를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겨냥처럼 호도하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국 장관을 불공정의 아이콘으로 만드는 작업의 일환”이라 꼬집고, <조국의 시간>과 관련해 이런 평을 전했다.   

“이들은 왜 이렇게 이간질을 할까요? 당연히 민주당 지지세력의 분열을 획책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더욱 본질적으로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촛불의 재점화’입니다. 그걸 막겠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검찰개혁의 역사적 요구가 담겨 있습니다. 이 불을 끄겠다는 것입니다. 

조국 전 장관이 쓴 책 <조국의 시간>이 나왔습니다. 이 책을 또 어떻게 도리질을 할지 상상만 해도 다 보일 지경입니다. 꼬투리에 꼬투리를 잡아 무한 먹칠을 하려 들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못할 것입니다. 진실은 생각보다 힘이 세기 때문입니다.”

아직 대중과 독자들이 확인되지도 않은 책을 두고 힐난과 질책이 난무한다. ‘조국 흑서’와 ‘조국 백서’를 두고 상반된 반응을 보였던 언론들이 <조국의 시간> 또한 가만 놔둘리 만무하다. 조 전 장관이 고백한 것처럼 ‘기승전 조국’ 프레임이 재연될 조짐이다. 사익 추구를 위해 끊임없이 조국 전 장관을 소환하는 언론들이 <조국의 시간>마저 클릭 장사에 활용하는 작금의 언론지형야말로 ‘기승전 조국’ 프레임을 언론 스스로가 자백하는 꼴이리라.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