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전국비상시국회의 주최로 열린 1500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시민사회 원로들이 “민생을 파탄시키고 전쟁 위기를 조장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은 윤석열 정권을 물러나라고 요구하자”며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학계·종교계·시민사회계 원로들이 모인 ‘전국비상시국회의’는 20일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1,500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2년 반이나 남은 임기는 죽음처럼 너무 길기만 하다”면서 이같이 촉구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 2년 반 만에 나라가 밑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며 “지역·세대·계층·성별,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대다수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현 정권이야말로 국가기강을 허무는 ‘반국가세력’”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이래 국회의 개원식에 불참한 첫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또 “공무 수행 중 지휘관의 자의적 오판으로 익사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의 사건을 제대로 수사한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을 대통령 자신이 부당하게 개입하여 항명수괴죄로 기소받도록 만들었고 좌천시켰다”고 채상병 사건을 언급했다. 

아울러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 명품백 등 고위직 비리사건을 조사했던 국민권익위원회 반부패담당 고위 간부가 조사 과정에 부당한 압력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고심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이는 상부 권력의 부당한 압박에 의한 명백한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국민이 생명을 잃고 민생이 피폐해져도 대통령은 외면하고 있다”며 “응급실이 의료인력 부족으로 문을 닫고 위급한 중증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길거리를 헤매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고 의료대란을 짚었다. 

국가재정에 대해서도 “부자감세 정책을 이어왔다”며 “상속세·증여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법인세에 금융투자소득세까지 인하함으로써 엄청난 세수결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부자감세로 늘어난 적자성 채무를 국민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며 “중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 일반서민은 불황의 늪에 빠지고 있고, 청년세대의 미래는 암울해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뉴라이트 인사 논란과 미일 중심의 편향된 외교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은 친일·매국 역사쿠데타로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독립기념관장을 비롯한 주요 역사 관련 정부 기구의 전면에 친일·매국 분자들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또 “비밀리에 일제의 죄상을 지우는 역사교과서를 제작하여 배포할 준비마저 끝냈다”며 “윤석열 정권의 비호를 받은 일본은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문화재로 등재해 냈다, 동해의 명칭을 일본해로 국제적으로 획정시킨 일본은 독도를 한국과 공유하는 음모를 미국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권 연장을 위해 언론과 방송을 무법적으로 장악해 왔다”며 “윤석열 정권의 생태·기후위기에 대한 몰인식은 무지를 넘어 무모하기까지 하다”고 국정 실패를 열거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 원로들은 “폭압적이고 무도한 윤석열 정권을 즉각 퇴진시키자”며 “온갖 망동으로 나라를 망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국정 난맥상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있겠는가”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오는 28일 오후 3시, 서울 도심을 비롯한 수도권 일원과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함께 들고 일어나, 나라를 지키고 바로잡을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여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곧바로 논의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황석영 작가는 “살다 살다가 이런 형태의 정권을 본 적이 없다, 시간을 더 끌면 아주 망해먹게 생겼어”라며 “그야말로 총체적인 위기에 도달해 있다”고 성토했다. 

황 작가는 “좋게 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노력이 오랫동안 필요한데 망치는 것은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망칠 수 있다”며 “이제 2년 반 됐는데 어느 것 하나 위기가 아닌 게 없다”고 말했다. 

시국 선언문에는 16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으며 기자회견에는 권영길 민주노총 지도위원,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정강자 전 참여연대 공동대표, 함세웅 신부, 황석영 작가 등이 참석했다.

전국비상시국회의는 당초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전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정치 행사’로 판단해 ‘관리운영 지침’을 위반했다며 대관 취소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부영 이사장은 “시국선언이 프레스센터에서 발표되지 못한 것이 윤석열 정권의 언론 탄압 본질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