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부부 공천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해 총선 직전인 2월 김건희 씨가 자신에게 전화해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17일 한겨레와 JTBC 등 보도에 따르면, 명씨의 법률대리인인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해 2월16~19일 사이 (명씨와 김 여사가) 대여섯 번에 걸쳐 통화했다”며 ‘김건희와 마지막 텔레그램 통화 48분’이라는 제목으로 복기한 통화록을 공개했다.

명씨 측은 김건희 씨가 당시 통화에서 “김상민 검사가 조국수사 때 정말 고생 많이 했다”며 “김상민이 의창구 국회의원 되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JTBC는 “당시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후보자를 결정하기 전 시점이었다. 창원 의창에는 명씨가 도운 김영선 전 의원과 김상민 전 검사가 출마한 상태였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2024년 3월 2일에야 김종양 의원과 배철순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경선을 결정지으며 김 전 의원과 김 전 검사의 컷오프를 결정했다”고 되짚었다.

▲ 김건희 씨가 지난해 10월 9일(현지시각)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싱가포르 동포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명씨 측에 따르면, 김건희 씨는 “김영선 의원은 어차피 컷오프라면서요. 김종양은 문재인 정부의 부역자이고, 지난 대선 때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른다면서 집에서 놀다가 대선이 끝나니 한 자리 하려고 기어 나온 기회주의자”라며 “그런 사람이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되면 되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한홍 의원도 맞다고 하면서 김상민 검사가 의창구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박완수 지사에게 전화해서 김상민 검사를 도우라고 했다”고 말했다는 게 명씨 측의 주장이다.

이에 명태균 씨가 “비례대표도 아니고 평생 검사만 하다가 지역도 모르는 사람을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을 주면 총선에서 진다. 내가 볼 때, 이 추세로 가면 110석을 넘지 못한다”고 했고, 김건희 씨는 “아니”라며 “보수정권 역사 이래 최다석을 얻을 거라 했다”라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명씨가 “누가 그런 말을 (했느냐)”고 되묻자 김건희 씨는 “이철규, 윤한홍 의원이 그렇게 말했다”고 답했고, 이에 명태균 씨는 “김상민이 내리꽂으면 전 가만히 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남 변호사는 주장했다.

명태균 씨는 해당 통화록에 대해 “간신들이 총선 때 대승을 한다고 대통령 부부에게 허위 보고하니, 비상계엄 때 계엄군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냈구나”라며 “내가 알던 대선 때 김건희는 통화를 해보니 없었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또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을 준비하던 오세훈 시장에게서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가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명씨로부터 “오 시장이 전화가 와서 ‘나경원이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내가) 이기는 방법을 알려달라,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가 필요하다, 빨리 서울로 올라오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때문에 여론조사하면 다른 곳에 돈을 쓰지 못해(정치자금으로 여론조사 비용을 낼 수 없으니), 김한정 회장이 돈을 대기로 했다”고 말했다는 게 명씨의 주장이다.

‘나경원 이기는 여론조사가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명씨 진술에 대해 오세훈 시장 측근은 한겨레에 “이런 일방적 주장 때문에 검찰에 (명씨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오 시장이) 직접 조사를 받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해 이지혜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지금 국민이 궁금한 것은 시장님 본인의 여론조사 개입 의혹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라며 “‘터무니없다’는 한 마디로 일축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부대변인은 “검찰이 확보한 카카오톡 대화와 구체적인 만남 정황들이 공개됐다. 이마저도 모른 척 외면할 셈이냐”며 “오세훈 시장은 정치공세 뒤에 숨지 말고, 명태균 씨와의 만남, 여론조사 의뢰 여부, 비용 처리 등 국민의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