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박선규 대변인(자료사진). ⓒ 박선규 대변인 블로그

박근혜 정부 출범 전부터 인수위원회 인사들의 언론에 대한 권위주의적 태도가 잇달아 불거지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인수위 박선규 대변인은 언론에 “말한 것 외에는 쓰지말라”고 요구했고 김경재 인수위 국민통합위 수석부위원장은 공개 인터뷰에서 종편 <MBN>을 야당방송으로 몰아붙였다.

<한겨레>에 따르면 박 대변인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박선규 대변인의 말이 (기사에) 쿼트 달고 나오는데 제가 안 한 얘기가 나온다. 대변인이나 관계자 말을 인용할 때 해석하지 말고 그 사람이 한 얘기를 그대로 써달라”고 요구했다.

박 대변인은 “여러분이 쓰는 게 다 기록으로 남는다. 공식적으로 나가는 워딩(말)은 가감이나 해석하지 말고 그대로 인용해달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부탁이지만 나중에는 이거 아니다 싶으면 조치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언론인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한 박 대변인은 앞서 지난해 7월 남아공 더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때도 기자들에게 “오늘 브이아이피(VIP·대통령)가 오시는데, 절대 접근해선 안되고, 질문을 해서도 안된다”고 통제해 입길에 올랐었다.

<뷰스앤뉴스>에 따르면 논란이 일자 박 대변인은 31일 기자들에게 “대변인이 오만하다고 나온다. 개인적으로 제가 이제까지 받아보지 못한 비난이 나오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기사를 쓰지 말라는 게 아니라 대변인의 쿼트는 대변인의 얘기를 그대로 쿼트로 해달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 여러분이 겁이 나서 만나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경재 수석부위원장은 27일 종편 <MBN>에 출연해 “<MBN>이 유명한 야권지지 방송이라는 걸 천하가 다 알고 있다”며 “열심히 저희들이 잘 모시겠습니다”라고 위압적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MBN>은 28일 “특정 언론을 ‘좌파’로 모는 등 편향된 언론관을 드러냈다”면서 “김 부위원장의 편가르기식 망언이 잇따르면서 국민 대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박 당선인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같은 인수위 인사들의 대언론 행보에 대해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은 ‘go발뉴스’에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얼마나 권유주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언론에 대한 공개적 위협이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윤창중 수석대변인처럼 박선규 대변인도 폴리널너리스트(politics+journalist, 정치언론인)이다. 권력의 향배 스타일에 가장 민감한 사람이다”면서 “국민과 소통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 사정에 맞춰서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겠다는 뜻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심각한 권위주의적 퇴행의 징후”라며 “이명박 정권하에서는 낙하산 사장들로 통제했는데 이와 더불어 정부부처의 관료들이 공개적 발언으로 일사분란하게 통제해나가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국민들이 민주주의, 언론자유에 대한 지수가 결코 낮지 않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면서 “박선규 대변인이 이명박 정부 하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했던 분인 만큼 경고망동하면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다”고 경고했다.

김 대변인은 “지금 국민들이 새로 출범할 정부가 어떻게 방향을 잡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면서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한 약속의 결과가 이것이라면 국민적 저항과 분노는 더 거세질 것이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정미 진보정의당 대변인은 ‘go발뉴스’에 “박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걸은 국민 대통합을 이루려면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소통이다”면서 “첫 행보부터 폐쇄적 행보를 보인 것에 대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정권 교체 바라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패배했지만 박근혜 정부가 잘해주기를 원하는 것도 있다”면서 “잘해나가기를 원하는 국민들과 소통과 공감의 폭을 넓히는데 주력해야 한다, 이런 첫 행보는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