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의 성추행 행각을 다룬 책 <숨바꼭질>이 출간,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정작 징계권을 가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평양노회는 전 목사에 대한 징계를 미루기로 했다.

이에 교인들이 13일 노회가 열리는 영등포구 은석교회 앞에서 전 목사의 면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나서 노회 측과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0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평양노회 정치부 소속의 한 목사는 “6일 정치부 회의 결과 13일 열리는 가을 정기노회에서 노회 분립 안건을 최우선으로 다루고 나머지 안건은 일절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전 목사 징계에 대해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치부 소속 또다른 목사도 “이번 노회에서는 분립 안건이 가장 큰 이슈”라며 “이 안건부터 다룬 뒤 전 목사의 성추행이 사실인지 풍문인지 시시비비를 가리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목사의 성추행 사실은 지난 2010년 MBC<PD수첩>을 통해 처음 알려졌으며, 이후 파장이 커지자 2010년 7월 삼일교회 측에 사임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그는 삼일교회를 사임한 지 1년 6개월 만에 서울 마포구에 ‘홍대새교회’를 개척해 목회를 시작했다.

삼일교회측은 전 목사의 목사 직 박탈을 요구하는 면직 청원을 네 차례나 평양노회에 제출했지만 평양노회는 이를 상정조차 하지 않았고, 노회 내부에서 전 목사를 비호하는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어 왔다.

▲ ⓒ CBS <크리스천NOW>

삼일교회 교인들은 전 목사에 대한 징계가 또다시 미뤄질 조짐을 보이자 교단 탈퇴를 통해서라도 전 목사에 대한 징계건을 상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찬진 집사는 홈페이지 게시판 글을 통해 “전임목사는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여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설교를 하며 거룩한 강단을 더럽히고 있으며, 평양노회는 수많은 성도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진상조사와 권징을 위한 재판국조차 설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 집사는 “전임목사가 어떤 로비를 한 것인지 이면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미 이번 노회에서는 노회 분립 이외의 안건은 다루지 않겠다고 결정했다고 한다. 이것은 전임목사 건을 처리하지 않으려는 일부 노회 임원들의 꼼수에 불과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지만 이미 그렇게 결정했다고 하니 이 사안은 노회가 아닌 총회 선에서 처리가 되어야 하는 문제라 보여진다”며 “삼일교회가 교단 전체의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는 길은 교단 탈퇴를 천명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13일 평양노회가 열리는 영등포구 신길동 은석교회 앞에서 전 목사에 대한 권징을 요구하는 모임을 갖고자 한다”며 “뜻 있는 성도들께서 참석해 함께 힘을 실어 달라”고 요청했다. 정 집사는 “이 글은 저 뿐 아니라 50여명의 집사들과 뜻을 같이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교인들은 댓글을 통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교회이고 교단인지? 처음부터 분명하고 철저하게 처리됐어야 하는 일인데 결국 그 일로 제2, 제3의 크고 작은 일들이 불거지고 있다”, “13일 월요일 휴가를 쓰고 참여하고자 한다”, “몰락한 한국 교회에 대한 그나마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이런 식이라면 교단에 꼭 속해야 할 이유가 뭐냐” 며 동참의 뜻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