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종합편성채널의 광고 영업 행위가 노골적으로 담긴 문서가 유출된 것과 관련, 방송통신위원회가 진상조사를 요청한 민원인에 대한 정보를 해당 종편에 누설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방통위-종편 유착 의혹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는 해당 종편의 사전 유착 의혹에 대해 철저히 진상 조사하고 관련자를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언론노조 측은 <선데이저널>의 ‘종편광고계 X파일’ 보도와 관련해 방통위에 보도 내용과 관련한 진상조사 촉구 공문 발송에 대해 10일 문의했다.

<선데이저널>의 보도는 한 종편의 광고 영업 행위가 담긴 업무일지의 유출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go발뉴스>도 11일 업무일지를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 해당 기사 보러가기 : 「MBN 광고 영업일지 유출.. 기자들도 영업 동원?」)

민원 접수를 문의하는 과정에서 방통위 관계자는 “방통위 내에서도 조사가 진행 중에 있으니 진상 조사 요청 공문 접수를 이틀만 늦춰 달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고, 이에 언론노조는 이같은 발언을 두고 “이틀간 시간을 벌게 해주기 위한 발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 ⓒ go발뉴스(나혜윤)

언론노조 측은 “어떤 근거도 없이 누구나 제기할 수 있는 민원을 늦춰 달라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언론노조 측은 진상조사를 위한 민원 접수 사실을 해당 종편이 미리 알고 확인하기 위한 전화도 걸려왔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해당 종편사 쪽에서 ‘언론노조가 방통위에 진상 조사 촉구 공문 접수하려는데 접수를 하루 늦춰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화가 왔다”며 “사실관계를 역으로 확인하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해당 종편사와의 통화에서 방통위 쪽이 민원 접수 사실에 대한 상당부분을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며 “언론노조나 방통위가 아니면 절대적으로 알 수 없는 부분들을 (해당 종편이) 알고 있었다. 민원 접수 시간대와 과정들, 예정 사안까지 상세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이어 “11일 방통위에 민원인 신분 누출에 대한 항의차 전화를 걸었더니 ‘민원 업무 처리 지침에 따라서 의혹이 제기된 단체에 알려주고 있다. 근거가 되는 관련 문서를 송부해 주겠다’고 대답했다가 오후에는 ‘의혹이 제기된 단체에 알려주는 일은 절대 없다’며 말을 바꿨다”고 폭로했다.

언론노조 측은 “국정조사로 치면 피감기관에 ‘당신이 이런 조사를 받을 것이니 준비를 하라’고 귀뜸을 해 준 꼴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해당 종편과 방통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면서 방통위가 광고 영업에 대한 진상 조사 의지를 확인하려 한다”고 밝혔다.

▲ ⓒ go발뉴스

조성래 언론노조 대변인은 “유출 업무일지에 따르면 2월 11일 청계천에서 한우 판매 행사 보도를 약 2천만원에 제안했고 행사 당일 현장취재를 했다”며 “5시 30분 뉴스 또는 그 다음날 뉴스에서도 최대 3분 미만 보도를 해달라고 하는 광고성 보도를 제안했다는 내용도 확인된 바 있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입수된 업무일지가 사실일 경우, 해당 종편사는 미디어렙법 15조를 위반, 41조 벌칙 조항에 해당한다고 보여지고 공정거래법 66조와 형법의 일부를 위반한 소지도 보인다”며 “미디어렙법을 위한 총력투쟁을 전개 한 바 있는 언론노조에서는 오늘날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상당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유출된 업무일지와 관련, 해당 종편사가 “공식문서가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언론노조 측은 “직원들끼리 공유하는 파일이 올라와 있었는데 그것이 (공식문서가) 아니라는 건 납득이 갈 수 없다”며 “직원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과장했다는 변명도 있던 데 제3자가 상식선에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