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소음피해 민원인과 삼성테크윈 노조원을 미행, 사찰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관련 내용을 주고 받았던 카카오톡 대화방에 보안업체 삼성에스원 직원도 포함돼 있어 삼성그룹 차원의 전방위적 사찰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경향신문>은 삼성물산‧삼성에스원에 확인한 결과, 지난 13일 오전 5시11분 열린 단체 카톡방에 초대된 27명 중 일부는 삼성에스원 직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에스원 직원인 조모씨는 이날 오전 7시48분 카톡 대화방에 “윤종균 삼성테크윈지회장 등 노조 관계자 8명이 테크윈 주총 장소인 성남 상공회의소에 도착해 피켓시위를 준비 중”이라는 등의 메시지를 올렸다.

▲ 삼성물산 카톡 대화방 캡쳐(자료=경향신문)

삼성물산 측은 <경향>에 “에스원은 삼성물산과 포괄적인 보안·경비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물산 쪽에 파견 나와 있었던 것”이라며 “주총 회의장 업무정보 공유 차원에서 카톡방에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에스원 관계자도 “테크윈지회 움직임을 카톡방에 올린 건 주총 진행상 참고사항을 알려주기 위한 차원이지 사찰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삼성 측의 이 같은 해명에도 이번 사찰 논란은 삼성계열사 한두 곳의 문제가 아니라 그룹 차원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서 “이게 그룹 차원의 지시가 없고는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런 생각이 든다”면서 “(13일 당일에) 계열사까지 일제히 주주총회가 있었는데 언론에 집중 조명을 받게 되니까 뭔가 잡음을 외부로 새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느냐, 이런 의심을 살만하다”며 삼성 그룹차원의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삼성 공화국에는 사찰 금지법이 없는 모양”이라고 지적하고는 “우리나라 헌법이 있듯이 삼성에는 삼성 공화국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힐난했다.

삼성의 미행‧사찰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엔 그룹 직원들을 시켜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미행했다가 형사처벌을 받았다.

또 삼성SDI가 2007년 노조 설립을 막으려고 직원들을 사찰한 문건이 공개되는 등 노조 사찰 의혹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 (자료사진) ⓒ 삼성일반노조 홈페이지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삼성의 이 같은 행태를 지적하며 “삼성이 애플을 누르고 세계 1등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철학, 생각까지 지배할 수 있다. 그리고 정치권‧언론까지 지배할 수 있다고 하는 오만과 독선부터 버려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경향>도 사설을 통해 “글로벌 기업을 자임하는 삼성이 개인의 자유를 무시하고 사생활까지 넘본다고 생각하니 개탄할 노릇”이라면서 “문제가 생기면 고치려 들지 않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민원인이나 노조의 입만 막으면 된다는 비뚤어진 기업문화가 자리 잡은 탓”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삼성이 이처럼 비정상적이고 후진적인 기업문화를 스스로 개선할 의지와 역량이 없다면 외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정상화의 길을 찾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