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를 방문, 메르스 대응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은 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 설치된 메르스 대책지원본부를 방문해 “전문가 중심으로 즉각 대응팀을 만들고, 이 팀에 병원 폐쇄 명령권을 포함한 전권을 주겠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에 전문가를 내세워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 들였다.

앞서 정부는 메르스 대응 창구를 보건복지부로 일원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애초 복지부에 전담한 셈이다. 그러나 초기대응에 실패하자,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이 사실상 지휘하는 체계로 변경됐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의 메르스 관련 기구는 총 3개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 중앙대책본부 산하 민관종합대응TF다. 이중 중앙 메르스관리대책본부와 민관종합대응TF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는 박인용 국민안전처장이 본부장을 맡고 있다.

3개 기구가 동시에 가동되는 가운데 청와대는 민간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즉각 대응팀’을 신설했다. 기존 정부 방역 체계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여론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응팀에 병원 폐쇄 명령권과 병원 내 감염 관리 지도 정권, 행정 지원 요청 명령권을 부여했다. 공동팀장은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과 장옥주 보건복지부차관이 맡았다.

컨트롤 타워는 부재 중..메르스 기구만 우후죽순

박 대통령은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즉각 대처하기 위해 방역대책본부 내 전문가들에게 전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이번 주에 모든 역량을 투입해 메르스 확산세를 잡으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메르스와 관련해 꾸려진 각 조직의 역할과 책임은 여전히 뚜렷하지 않다.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와중에 청와대가 새로운 조직을 신설해 오히려 행정 혼란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오선영 정책국장은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라고 강조했다. 오 국장은 “메르스 초기 당시 정부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했지만 방역에는 실패했다. 처음부터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되고, 대응체계를 일사불란하게 전개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일도 중요하지만 관련 기구를 번복해 신설하게 되면 책임은 분산되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지금이라도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로서 중심을 잡고 대응책을 꾸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메르스 컨트롤타워가 어디인가”란 기자들의 질문에 “(중앙대책본부) 그 위에 총리가 있고, 그 위에 대통령이 계신다”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