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국무총리 권한대행이 11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동남구보건소를 방문, 메르스대응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간담회에 앞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지난 10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메르스 환자분들의 빠른 치유를 위해 각 지역별 메르스 집중치료기관을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해 서울 보라매병원, 인하대병원 등이 메르스 집중치료기관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치료기관으로 지정된 부산대병원과 강원대 병원에는 메르스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음압시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복지부는 11일 부산대병원 대신 동아대병원을 치료병원으로 지정했으나 강원지역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안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부산대병원은 오는 8월 음압병상 26개를 갖춘 호흡기 전문질환센터를 연다. 센터는 현재 공사중이다. 병원 관계자는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메르스 치료 병원이란 얘기를 기자에게 들었다”며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전에 연락이 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도 “사전협의 없이 당국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보건당국의 발표에 부산대병원는 이번 주 중으로 이동식 음압장치 3대와 헤파필터, 열화상카메라 등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병상을 갖출 때까지 메르스 환자가 오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 보건복지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각 지역별 메르스 집중 치료 기관 명단. 이중 강원대병원과 부산대병원(이후 동아대병원으로 바뀜)은 음압 병상이나 음압 격리 병실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강원대병원도 마찬가지다. 이 병원 총무과 관계자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동식 음압기 4대를 주문했다”며 “오는 14일(일요일)쯤 음압병상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환자는 15일(월요일부터) 받을 예정이다. 병원은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추가로 음압기를 구입할 예정이다.

음압 시설을 갖추지 못한 병원이 메르스 병원으로 지정된 것은 복지부와 지자체 간의 소통 혼선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달 초 음압시설을 갖춘 종합병원을 메르스 치료병원으로 신청해줄 것을 각 지자체에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일선 자자체들이 병원을 잘못 고르는 실수가 빚어졌다. 복지부 역시 병원 시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발표해 혼선을 부추겼다.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은 “메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와 보건의료계, 국민간의 신뢰와 협조가 필요한데 정부가 이를 무너트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최경환 직무대행이 발표한 메르스 치료거점 및 지역거점 공공병원에 대한 지원방안 등이 언급되지 않아 그 실효성이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권덕철 중앙메르스대책본부 총괄반장은 11일 브리핑에서 ‘치료 병원 지정’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지자체에 협의를 했고, 지자체에서 선정해 결과를 통보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