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경기 용인시 용인동부경찰서에서 전날 용인 처인구의 한 야산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국정원 직원 임모씨의 유서 3장 가운데 국정원과 관련해 남긴 1장의 유서가 공개됐다. <사진제공=뉴시스>

정보 당국은 숨진 임씨의 유서를 빠르게 공개하는가 하면 ‘직원 일동‘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이례적인 대응을 했지만 도리어 의혹만 증폭시켰다. 특히 임씨가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정치권의 공방은 더욱 거세졌다. 

굵직한 사건마다.. 자살·자해 선택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 시절부터 굵직한 사안마다 직원들의 자살 사건은 드물지 않게 발생했다. 

지난해 3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권세영 당시 국정원 대공수사국 과장이 자신의 승용차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시도했다. 권 과장은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는 위조문서를 입수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이었다.

당시 국정원은 탈북자 출신인 유씨의 북한 활동을 증명하기 위해 조작된 문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중국 대사관이 국정원이 제출한 문서 3건이 모두 위조라고 밝히면서 사건은 뒤집어졌다. 중국 내 국정원 조직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상황이었다.

문서 위조에 가담했던 권 과장은 궁지에 몰리자 “검찰이 수사를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 간다”며 자살을 기도했다. 이후 국정원은 “권 과장이 의식을 회복했지만 기억 상실 증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도 권 과장과 대공수사국 차장, 국정원장 개입까지만 밝힌 채 흐지부지 종결됐다.

▲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지낸 권영해씨가 1998년 3월 ‘북풍 공작’ 의혹과 관련해 자살을 시도했다. 사진은 당시 사건에 대한 검찰 브리핑 화면이다.©YTN

“모든 것은 무덤까지”.. 사건은 흐지부지 

2005년 ‘삼성X파일’ 폭로로 세상에 존재가 드러난 안기부 비밀도청팀인 ‘미림팀’의 공운영 팀장도 자살을 시도했다. 공씨는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자신의 아파트에서 흉기로 복부를 찔렀다. 공씨는 딸을 통해 “나라의 안정을 위해 비밀을 주검까지 갖고 가겠다”고 밝혔다. 같은 해 국정원 2차장을 지낸 이수일 전 호남대 총장도 ‘국정원 불법 도청사건’과 관련해 자택에서 목을 매 숨졌다.

이처럼 위기에 몰릴 때 마다 국정원 간부와 직원은 결백을 주장하며 자살을 시도했다. 그때 마다 수사는 중단되거나 이렇다할 결과도 내놓지 못한 채 종결됐다. 이번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의혹도 ‘직원 자살’이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맞았다.

이 때문에 ‘꼬리 짜르기’라는 의혹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안타까운 죽음으로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며 “‘꼬리 자르기’로 넘어갈 수 없다. 고인이 죽음에 이르게 된 배경과 국민사찰 의혹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