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이 8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피신 중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방문을 마치고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강신명 경찰청장은 8일 조계사에 은신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9일 오후 4시까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에 따라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이날 오후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24시간 이내에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순순히 응할 것을 마지막으로 통보한다”면서 이같이 예고했다.

강 청장은 “‘한상균’이 수차례의 조직적인 불법폭력행위를 주도한 후 종교시설로 도피한 채 계속적인 불법행위를 선동하고 있는 것은 법과 국민을 무시하는 매우 중대한 범법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12월6일까지의 ‘자진퇴거 약속‘을 스스로 어기고 계속적인 불법투쟁을 선언한 것은 그동안 20일 넘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준 국민과 불자들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앞서 경찰은 이날 오전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서울 종로구 조계사로 보내 한 위원장의 자진 퇴거를 요청했다.

구 청장은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과의 면담을 추진했으나 만나지 못하고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경찰의 입장을 전하는 글을 읽었다.

구 청장은 “경찰은 한상균의 도피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빠른 시일 내에 자진 퇴거토록 요청드린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불가피하게 법적 절차에 따라 영장 집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 쾌유와 국가폭력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체포시도와 출두강요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경찰의 최후 통첩에 대해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유감을 표했다. 

화쟁위는 오후 논평에서 “한상균 위원장의 거취를 포함한 사회적 갈등에 대하여 대화를 통한 상생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일방적으로 체포영장 집행 기한을 발표한 것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화쟁위는 “12월 5일 집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 되었듯이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도 화쟁사상에 입각해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선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은 오후 1시 40분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은 노동관련법을 연내 처리하지 않겠다는 당론을 확정하여 밝혔다”며 “야당의 약속, 무엇보다 국민들을 믿고 한상균 위원장이 자신의 거취를 조속히 결정하여 줄 것을 희망한다”고 요구했다.

도법스님은 “경찰과 정부 또한 12월 5일 집회의 성과를 잘 살려 평화로운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가운데 조계사 일부 신도들이 한 위원장의 두 번째 강제퇴거를 시도했다.

조계사 신도 120여명은 이날 오후 한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관음전 건물로 몰려가 강제로 끌어내려 했지만 4층 입구 철문이 잠겨 있어 만나지 못했다. 신도들은 철문을 두드리며 자진 퇴거를 요청했지만 한 위원장을 내보내지는 못했다.

한 위원장의 거취 결정에 대한 압박 수위가 시시각각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오는 16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다시 한번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노동개악 저지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노동개악 저지와 16일 총파업 성사를 위한 결의를 다지고, 임시국회를 통한 노동개악 법안 논의를 규탄했다. 

▲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옆에서 열린 노동개악 저지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 등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노동개악 저지와 16일 총파업 성사를 위한 결의를 다지고, 임시국회를 통한 노동개악 법안 논의를 규탄했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