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9일 오후 4시를 지나면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조계사 관음전의 출구를 확보해 본격전인 관음전 진입에 임박했다. ⓒ go발뉴스

경찰이 9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피신해 있는 조계사 관음전 출입구를 확보하고 검거조가 관음전 앞에 도착하는 등 체포가 임박한 가운데 야당은 9일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은 즉각 조계사에 대한 진입을 중단하고, 대화를 통해 한상균 위원장 문제를 풀어가라”고 촉구했다.

유 대변인은 “조계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조계사 경내로 진입하려고 충돌이 빚어졌다”며 “또 인간벽을 이룬 스님들을 끌어내고 있다고 한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트위터에 “경찰의 조계사 진입시도를 중단하라”며 “한 위원장을 체포하는 문제와 종교시설에 공권력이 투입되는 문제는 또다른 차원의 종교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불교계에서도 반대하는 만큼 군사독재시절에도 없던 종교시설 진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9일 오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은신중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 입구를 조계사 스님들과 직원들이 공권력이 진입을 막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도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비극적 상황을 만들려는 것이 정부와 경찰의 의도가 아니라면, 한 위원장에 대한 강제 구인 시도는 당장 중지돼야 한다”고 공권력 투입 중단을 요구했다.

한 대변인은 “차벽과 물대포가 사라진 광장에 평화 시위가 꽃 핀 것처럼 강제 구인이 없다면 새로운 대화의 장이 열릴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겁박을 통한 갈등과 파국의 조장이 아니라 노동현안에 대한 여야와 노사정의 진실한 대화의 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오후 3시 30분경부터 관음전 주변에 형사팀 100여명과 12개 중대 약 1000명의 경력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관음전 건물 후문과 폐문에서 스님들과 신도들을 끌어내 출입구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조계종 종단 직원 박모(40)씨가 갈비뼈를 다쳐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오후 4시 30분경 경찰 검거조가 관음전 건물 앞에 도착하고 한 위원장을 체포하면 싣고 갈 호송차도 대기시키는 등 박근혜 정부는 13년만에 종교시설에 공권력을 투입했다. 

▲ 경찰과 조계사 관계자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피신한 건물 앞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9일 한상균 위원장을 체포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자승 원장 ‘내일 정오까지 연기’ 요청…외압 강하다는 의미”

한 위원장 체포가 임박하자 오후 5시경 자승 총무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 정오까지 한상균 위원장의 거취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경찰과 민주노총은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종단의 노력을 지켜봐 달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직후 강신명 경찰청장은 수뇌부 회의를 열고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경찰은 “애초 영장을 집행할 방침이었으나, 자승 총무원장님의 회견 내용을 감안해 내일 정오까지 일단 집행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의 입장에 대해 우희종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는 조계사 앞에서 기자들에게 “오전 일감스님을 통해 발표된 조계종의 입장문은 앞뒤가 안맞는다”며 “국민들에게는 대화와 타협이 이뤄질 때까지 길지만 기다려달라고 하면서 동시에 한 위원장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빨라 나가달라고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우 대표는 “이율배반적인 태도였다”며 “그만큼 정치적 외압이 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승 총무원장의 ‘내일 12시까지 연기’ 요청에 대해서도 우 대표는 “고심 끝에 내린 이야기일 것”이라며 “그만큼 조계종에 대한 외압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우 대표는 “조계종이 종교로써 힘들고 소외된 사람들을 언제까지라도 품을 수 있도록 해야 된다”며 “대화와 타협이 끝날 때까지 한상균 위원장이 불교의 품안에 있을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경찰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영장집행을 위해 조계사 관음전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9일 오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기자회견을 열고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에 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자승 스님은 "내일(10일) 정오까지 한 위원장 거취 문제를 해결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YTN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