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Filibuster, 무제한 토론)’를 신청했다.

더민주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정원 강화 악법’ 논란을 빚고 있는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저지를 위해 이같이 당론을 의결하고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필리버스터는 다수당이 수적 우세로 법안이나 정책을 통과시키는 것을 소수당이 제지하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다. 주로 장시간 연설이나 무제한적 토론 요구, 본회의 통과 지연 방법 등의 형태로 이뤄진다.

▲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우리나라의 최장기 기록은 1969년 8월29일 3선 개헌을 막기 위해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상임위에서 이틀에 걸쳐 10시간 5분을 발언한 것이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64년 자유민주당의 김준연 의원 체포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본회의에서 5시간 19분을 쉬지 않고 발언한 것이 유명하다.

<이희호 평전>에 따르면 김준연 의원은 당시 한일협정 비밀회담 때 박정희 정권이 약 1억 3천만불의 비자금을 일본으로부터 받았다고 폭로해 여당인 공화당에서 허위사실 유포죄로 구속동의안을 발의했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장기집권 시나리오의 서막이 올랐다”며 “모든 국민에게 통신 감청을 통해서, 빅브라더가 되는, 조정자 역할을 하는, 국정원 국가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절차와 관련 그는 “국회의장이 국회법 준수의 정신을 깡그리 무시하고, 청와대 사주와 청와대의 압력과 청와대의 압박에 못 이겨서 초법적인 직권 상정을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몸을 던져 막겠다, 우리 무덤이 어디 있는지 보겠다”며 “의원님들, 오늘 나라를 위한 우리당의 그동안의 역사의 시험대에 서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직권상정 시도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그 내용을 제대로 만들어 상정해야지 부실한 상태에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문 의원은 “새누리당은 국정원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테러방지법을 추진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반대하는 입장에서 계속 싸움만 하고 있다”면서 “거대 양당의 폐해를 극단적으로 드러낸 법”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정진후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에 대해 반대 토론 및 표결을 하는 등 최선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을 직권 상정할 것을 대비해 필리버스터(의회 안에서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이뤄지는 의사진행 방해행위)를 하겠다고 밝힌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원 정족수를 체크하며 필리버스터에 대한 조항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