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여기자들을 성추행한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에 대해 ‘감찰본부장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가 14일 밝혔다. 경고는 징계 아래 단계로, 징계할 만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뜻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 차장은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서울중앙지검 출입기자 20여명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당시 술자리에 참석했던 기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차장은 A 여기자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어깨를 끌어당기고, 머리를 맞댄 채 손을 잡고 “뽀뽀 한번 할까”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주변에 있던 기자들이 제지하는 과정에서 맞은편에 있던 B 기자 손등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이후에는 C 기자의 등을 쓸어내렸고 허리를 껴안고 만지기도 했다. 이 차장은 이런 행동을 하면서 “내가 (너를) 참 좋아해” 따위의 이야기를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흘 뒤 대검 감찰본부는 기자들의 항의를 받고 감찰에 착수했다.

지난 13일 열린 감찰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한 감찰위원은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았다고 들었다. 그게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한겨레>에 말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사건 당일 회식에 참석했던 C 기자는 감찰본부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참 좋아한다’는 말을 하면서 등을 쓸어내리고 허리를 껴안았다. 이때부터 확실한 성추행이라고 느껴졌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엄한 검찰 내 처벌이나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보인다”고 적었다.

이에 같은 감찰위원은 “회의에서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 C 기자는 단순히 재발 방지에 대한 부분만 언급했다고 대검 쪽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해당 기자가 처벌을 원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감찰위원도 “피해자가 ‘엄한 처벌을 원했다’는 내용은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훈 대검 감찰1과장 직무대리는 “감찰위원들에게 제출한 보고서에 ‘엄한 처벌을 원한다’는 해당 기자의 진술이 굵은 글씨로 표시돼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감찰위원 전체가 참여하는 전체회의가 아닌 3명의 감찰위원으로 구성된 소위원회에서 결정했다는 점, 논의기간도 단 하루뿐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해 여성들의 진술서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부실감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검찰은 이 차장검사에 대한 징계처분이 검찰의 뜻이 아니라 외부인들로 구성된 감찰위원회의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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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에 대한 신분 조처는 징계, 경고, 주의, 인사조치로 나뉜다.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규정된 것으로 검찰총장의 청구로 법무부가 결정한다. 해임·면직·정직까지를 중징계, 감봉·견책을 경징계로 분류한다.

이진한 차장이 받은 경고는 징계 아래 단계다. 징계를 청구할 만큼 사안이 중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경우의 조처다. 검찰총장 경고, 감찰본부장 경고, 고등검찰청 검사장 경고, 지방검찰청 검사장 경고 등으로 나뉜다. 인사기록카드 상벌사항에 기재되지만 꼭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경고 처분에 그친 이유에 대해 김훈 감찰1과장 직무대리는 “현장에서 바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고, 신체 접촉도 경미하다고 판단했다. 외부 인사들로 꾸려진 감찰위원회가 내린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라고 말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 차장에 대한 경고 처분을 이날 확정했다. 하지만 김 총장은 지난해 12월17일 주례간부회의에서 공직자로서 적절한 처신을 강조하면서 “검찰 공무원이 자기관리에 실패하면 어떠한 변명으로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어 이번 검찰의 경고조치로 김 총장의 이런 발언은 무색해졌다.

한편 이 차장이 여기자를 성추행하고도 가벼운 경고 조치를 받자 네티즌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DrPyo) “드디어 검찰도 ‘친박무죄 반박유죄’ 행렬에 참가하기위해 납작 엎드렸구만. 자존심도 없나, 앞으로 성범죄 수사는 절대 하지 마라. 양심이 있다면”이라며 비판했다.

표 전 교수는 이어 “이진한 차장,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 윤석열 팀장 방해하다 끝내 끌어내린 사람. 국회 국정감사에서 확연히 드러났죠. 대표적 ‘친박’ 검사. ‘반박’ 검사 윤석열은 정직, 성실, 양심 행동과 발언했을 뿐인데 정직1개월, 좌천”이라며 최근 윤석열 전 팀장에 대한 검찰 인사를 꼬집었다.

일반 네티즌들도 ‏“공직자의 윤리의식은 국격이라고 박근혜가 그러던데, 박근혜주위의 사람들의 윤리의식은 몹시 만족하시나 봐요. 윤창중, 김무성에 박근혜 맘에 들게 검사하시는 이진한까지. 성추행논란이 되서 민주당도 털어낸 우근민도 새누리당이 잘받아주시고. 훌륭합니다”(@hee****), “피해자가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음에도 자기 식구 감싸기. 이런 검찰에 억울한 피해를 입은 국민들은 기대할 게 없지요”(@arc****), “윤 팀장은 대구고검, 박형철 부 팀장은 대전 고검으로 밀려나. ‘채동욱 찍어내기’ 공개 항의한 박은재 검사도 부산고검으로. ‘수사팀과 갈등’ 이진한 2차장은 ‘술자리 물의’에도 수평 이동”(@dja****)이라며 검찰의 결정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