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은신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면담한 뒤 관음전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조계사에 17일째 은신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달 30일부터 사흘째 단식 중인 것으로 2일 밝혀졌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10여명의 신도들이 난입해 강제퇴거를 시도했던 사건 이후 단식에 들어갔다. ‘관음전 폭력사건’ 관련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은 이날 오전 한 위원장의 은신처를 방문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단식 기한은 정하지 않았다”며 “살인진압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시는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빌고자 함이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뜻”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또 “경각에 달린 노동자들의 생존권, 즉 노동개악을 막자는 의지를 밝히기 위한 몸부림”이라며 “내 밥을 굶어서라도 모든 노동자들의 밥줄을 지키고자 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2차 민중총궐기와 관련 한 위원장은 “정권과 보수언론의 공안탄압에 굴하지 않고 오는 5일 평화시위의 물결이 불의를 뒤덮길 염원한다”며 “단식으로써 평화의 의지를 다지고 더 많은 민중들이 저항에 나서주시길 호소하고자 한다”고 많은 참여를 촉구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여전히 민주주의에 굶주리고 목이 마르다”며 “야위어가는 민주주의를 살리자는 저항의 의지를 담아 굶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 위원장은 “어려운 자리를 허락해주신 조계사와 신도들께 거듭 감사를 전한다”며 “오늘도 중앙신도회 회장님이 다녀가셔서 지난 30일 폭력행위를 사과하셨고, 5일 집회가 평화롭게 잘 개최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 1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 열린 민주노총 기자회견 직후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이 창문을 통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조계종 신도회는 1일 오후 2시 안심당에서 임원진 160명이 참여하는 임시비상총회를 열어 한 위원장의 거취에 대해 논의했다. 퇴거와 신변보호를 놓고 의견이 갈렸지만 6일까지 “인내”하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한 위원장은 거듭 “개인 한상균이라면 조계사와 신도분들에게 걱정과 불편을 끼칠 자격이 없지만 노동재앙 위기에 처한 전체 노동자들의 운명이 피신해 있음을 신도들과 국민들께서 알아달라”고 호소했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신도 10여명이 한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관음전으로 난입해 강제로 끌고 나가려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져 한 위원장은 입고 있던 법복 상하의가 모두 찢겨져 벗겨지는 수모를 당했다.

민주노총은 “이들은 경찰과 전화통화를 하며 실시간으로 상황을 주고받았고, “끌고 나갈테니 차량을 대기하라”는 등 경찰과의 관계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주장하며 조계사측에 진상조사와 대책마련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이기흥 중앙신도회장은 이날 관음전을 방문해 일부 신도들의 물리력 행사에 대해 사과했다. 또 이 회장은 “5일 민중총궐기 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고 이에 한 위원장은 감사를 표했다.

“여성들 사진 찍으며 ‘안 나가면 인터넷에 올리겠다’ 협박도”

한편 민주노총 박성식 대변인은 이날 오후 ‘go발뉴스’ 팟캐스트 ‘민동기의 뉴스박스’와의 인터뷰에서 ‘관음전 폭행사건’에 대해 좀더 자세히 전했다. 

박 대변인은 “한상균 위원장이 하의도 탈의돼 사실상 팬티만 남은 상황에서 여성분들이 사진촬영을 하면서 ‘나가라, 안 나가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겠다’는 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박 대변인은 “사실상 노동자 대표에 대한 굉장히 모욕적인 행위”라며 “민간인이 (사찰에) 들어와 살인범이나 파렴치범을 대하듯이 이런 짓을 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박 대변인은 “그런 상황을 벌이면서 일부 분들은 경찰과 실시간 통화를 하며 ‘자신이 끌고 나가려고 한다, 차량 대기시켜라’”라고 말했다며 “이런 식의 통화를 막 하는 것을 봐서 사실상 경찰과 사전모의됐다고 저희들은 보고 있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 한 보수단체 회원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한상균 위원장과 조계사를 조롱하는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김경용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시청지부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은신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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