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 피신 25일째에 경찰에 자진출두한 것과 관련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의 동아일보와 채널A 인터뷰가 논란이 되고 있다.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가톨릭프레스 편집장)은 13일 <한상균 위원장, 조계사, 명동성당…한국 종교 모두 반성해야>란 칼럼을 통해 자세한 해명을 요구했고 민주노총은 언론이 “차마 볼수 없는 보도를 지어낸다”며 비판했다.

앞서 지현스님은 11일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30일 자진 퇴거 약속을 어겨 신도회와 한 위원장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는데 (한 위원장이) 스스로 옷을 벗고 팬티 바람으로 버텨 연로한 여성 보살(신도)들이 기겁을 하며 큰 충격을 받았다”며 “그런데 이 과정을 도리어 조계사 신도회 폭력으로 몰면서 진상 조사를 주장할 때는 기가 막히더라”고 지난달 30일 벌어졌던 일부 신도들의 한상균 위원장 강제 퇴거 시도 사건을 되짚었다.

이어 지현스님은 “그래도 원만한 수습을 위해 나 자신과 종무원들에게 참을 인(忍), 인내를 거듭 강조했는데, 한 위원장이 페이스북에 ‘유폐’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자신을 보호해준 종단 모습이 자본과 권력의 행태와 같다고 비난할 때는 수행자 입장에서도 참기 어려웠다”고 한 위원장을 비판했다.

▲ 동아일보 11일자 1면 <“제2 한상균 사태 없도록 엄격한 매뉴얼 만들 것”>란 제목의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 인터뷰 보도. ⓒ <동아> PDF     ▲ 동아일보 11일자 2면 <“韓, 명동성당 은신 거절당해 조계사로 와…몸싸움때 옷 벗고는 신도 폭력으로 몰아”>란 제목의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 인터뷰 보도. ⓒ <동아> PDF

채널A는 11일자 <조계사 주지 “한상균, 스스로 팬티 바람 돼..”>, 12일자 <조계사 주지 “한상균, 옷 벗고 팬티 바람…女신도 충격”>란 제목의 리포트에서 “지현 스님은 또 한 위원장이 명동성당에 전화를 걸었다가 은신을 거절당해 조계사로 오게 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 채널A 11일자 <조계사 주지 “한상균, 스스로 팬티 바람 돼..”>란 제목의 리포트. <사진=채널A 화면캡처>     ▲ 채널A 12일자 <조계사 주지 “한상균, 옷 벗고 팬티 바람…女신도 충격”>란 제목의 리포트. <사진=채널A 화면캡처>

이에 대해 김근수 가톨릭프레스 편집장은 “지현스님의 발언은 가톨릭과 시민들에게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그는 “발언의 정확한 내용과 자초지종을 자세히 해명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편집장은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한겨레와 동아일보에 인터뷰한 스님들에게 실망했다. 그런 경망스런 발언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며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스님, 주지 지현스님을 비난했다.

그는 “‘우리가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나가라고 윽박질러서 부끄럽고 죄송하다. 우리는 참회한다’”라고 말했어야 했다며 “조계종 ‘화쟁위’는 ‘출두 설득위원회’로 그 이름을 바꾸는 게 정직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편집장은 “명동성당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들이 찾지 않는다”며 “정진석, 염수정 추기경은 가난한 사람들의 차가운 눈초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천주교도 비판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를 보듬지 못하는 한국 불교나 천주교는 모두 반성해야 한다. 특히 자비의 희년이 시작된 지금 한국천주교회는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물어야 한다”면서 “한국천주교회는 자비로운가, 자비를 실천하고 있는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민주노총도 보수언론과 종편 보도에 대해 “확인할 수도 없고 신뢰성이 떨어지는 어떤 이로부터 들은 얘기를 마치 사실인양 보도한다”며 “그 궁극의 고수는 동아일보와 채널A, 조선일보와 TV조선”이라고 비판했다.

박성식 대변인은 “오늘도 동아일보는 위원장을 매도하는 기사들을 찍어냈다”며 “명동성당 은신을 거절당했고, 30일 일부 신도와 실랑이 중 위원장 스스로 옷을 벗고 몸부림쳤다는 보도가 대표적인 모욕 사례”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기가 찬다. 이미 사실무근임을 밝힌 바 있다”면서 “그럼에도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의 입을 빌린 보도라 신뢰성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고 왜곡 보도를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주지께서 직접 경험한 바도 아니고, 주지 또한 누군가에게 전해들은 말을 전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아마도 30일 사태 가담자가 아니라면 말할 수 없는 내용이라, 당시 관음전에 들이닥친 그들 중 하나리라 짐작된다. 당시 폭력을 주도한 박진이라는 신도가 아닐까 싶은 추측도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TV조선은 1일자 “팬티만 입고 버틴 한상균, 끝내 퇴거 불응…오늘 오전 입장발표”란 제목의 리포트에서 박진 신도회 부회장이 “우리가 번쩍 들었는데 옷이 다 찢어졌거든. 그래서 옷을 다 훌렁훌렁 다 벗고 팬티 바람으로 있어, 우리가 힘으로 못 드니까 경찰을 동원해야 되겠어”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 ‘TV조선’은 1일 “팬티만 입고 버틴 한상균, 끝내 퇴거 불응…오늘 오전 입장발표”란 제목으로 ‘한 위원장 강제 퇴거 사건’에 대해 보도했다. <사진=TV조선 화면캡처>

박성식 대변인은 “명백히 그날 그들의 인권유린이 있었다”면서 “아니라면 화쟁위와 조계사는 왜 다음날 공식 사과를 한 것일까?”라고 반박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기사 한 줄 한 줄에 민주노총의 운명과 어떤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저널리즘에는 사실도 있고 정의와 배려도 있는 거 아닌가요?”라며 신중한 보도를 거듭 당부했다.